또 미뤄지는 거 아닌가.
가상자산 과세 얘기 나올 때마다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2022년부터 시행한다 시행한다 하더니 세 번이나 미뤄진 전적이 있으니까. 남편이 소액으로 코인 좀 들고 있는데, 작년에도 “내년부터 세금 뗀대” 소리 듣고 그런가 보다 했다가 또 흘러갔다.
이번엔 좀 다르다는 얘기가 들려서 작정하고 찾아봤다.
세 번 미뤄지더니, 이번엔 진짜 같다
가상자산 소득 과세는 원래 2022년 1월 시행 예정이었다. 그런데 과세 인프라가 안 갖춰졌다는 이유로 미뤄졌고, 2023년 시행분이 한 차례, 2025년 시행분이 또 한 차례 유예됐다. 그렇게 세 번을 미루고 나서 잡힌 다음 시점이 2027년 1월 1일이다.
이번엔 분위기가 다르다. 2026년 5월 재정경제부는 7월 발표 예정인 세법개정안에 가상자산 과세 유예 방안을 담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알려졌다. 세제 당국 담당자는 내년 1월부터 양도·대여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해 과세하는 시스템이 갖춰졌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더라. 같은 시기 국민의힘에서는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와의 형평성을 문제 삼아 가상자산 소득세 자체를 없애자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래서 일부 매체는 “야당 반대에 다시 안갯속”이라고 쓰기도 했다. 정부는 시행한다, 야당 일부는 없애자고 한다 — 이 두 갈래가 지금 동시에 흘러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니까 “확정”이라는 말을 쓰기엔 아직 국회 문턱이 남아 있다. 정부 방침과 정치적 변수, 둘 다 함께 봐야 하는 게 지금 상황이다.
세율 22%, 공제는 연 250만원 — 구조 자체는 단순하더라
시행 시점은 복잡한데, 세율 구조는 막상 들여다보니 단순했다.
기본 세율 20%에 지방소득세 2%를 더해 실효 세율은 22%다. 연간 250만원까지는 기본공제로 빼주고, 그 초과분에 대해서만 세금이 붙는다. 소득 분류는 기타소득이라 종합소득에 합산되지 않고 따로 분리과세된다.
계산식으로 보면 이렇다.
세금 = (연간 양도차익 − 250만원) × 22%
여기서 양도차익은 매도금액에서 취득금액과 필요경비를 뺀 값이다. 국세청 설명과 여러 세무 자료가 동일하게 이 구조를 확인해주고 있어서, 적어도 세율·공제 부분은 헷갈릴 일이 없다.
신고는 연간 손익을 통산해서 다음 연도 종합소득세 신고기간, 그러니까 5월 1일부터 5월 31일 사이에 기타소득으로 하면 된다. 다만 2027년 1월부터 발생한 소득의 신고 시점은 2027년 5월이 아니라 2028년 5월이다. 시행 연도와 신고 연도를 헷갈리는 자료들이 좀 있어서 이 부분은 한 번 더 짚어둔다.
취득가액이 골치라는데, 알고 보니 구제책이 있었다
세율은 단순했는데 취득가액 계산은 얘기가 좀 다르다.
원칙은 이동평균법이나 선입선출법으로 취득가액을 계산하는 거다. 업비트나 빗썸 같은 국내 거래소는 통상 이동평균법을 쓴다고 한다. 코인을 추가로 매수할 때마다 평균 단가가 새로 계산되는 방식이다.
말은 간단한데 막상 내 계좌 거래 내역을 떠올려보니 머리가 복잡해졌다. 매수를 몇 번이나 했는지, 그때마다 가격이 다 달랐을 텐데 그걸 누가 일일이 계산해주나 싶었다.
문제는 오래전에 산 코인이거나 취득가액 확인이 어려운 경우다. 이럴 땐 양도가액의 최대 50%를 필요경비로 의제하는 방식이 적용될 수 있다는 게 국세청 설명이다.
그런데 진짜 핵심은 따로 있었다. 2027년 1월 1일 이전부터 보유한 자산에 대해서는 “2026년 12월 31일 당시 시가”와 “실제 취득가액” 중 더 큰 금액을 취득가액으로 인정해주는 특례가 있다.
생각해보니 이게 꽤 큰 얘기다. 옛날에 싸게 사뒀던 코인이라도 2026년 말 시세가 더 높으면, 그 시세를 취득가로 쳐준다는 거니까. 그 이전 구간에서 올라간 차익은 사실상 과세를 피해 가는 구조다.
처음엔 이 기준일이 2025년 12월 31일인 줄 알았다. 어떤 글에 그렇게 써 있어서 그런가 보다 했는데.
아니다. 국세청 1차 자료를 다시 확인해보니 정확한 기준일은 2026년 12월 31일이다. 1년 차이면 작은 혼동이 아닌데, 이런 글이 한두 개가 아니길래 여기서는 국세청 기준으로 다시 정리한다.
단, 이 특례는 2027년 1월 1일 이후 새로 매수한 물량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시행일 이전부터 갖고 있던 코인에 한해서만 받을 수 있는 혜택이다.
| 구분 | 적용 여부 |
|---|---|
| 2027년 1월 1일 이전 보유분 | 2026년 말 시가 vs 실제 취득가, 더 큰 금액 인정 |
| 2027년 1월 1일 이후 매수분 | 특례 미적용, 실제 취득가액 기준 |
그러니까 지금부터 할 일이 명확해진다. 2026년 12월 31일 자정 기준 보유 수량과 시가를 캡처해서 남겨두는 것, 이게 이 글에서 가장 실질적인 준비물이다. 입증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다고 하니, 거래소 화면 캡처라도 미리 챙겨두는 게 맞겠다.

거래소 앱 들어가봤다가 알게 된 것
여기서 직접 확인해본 게 하나 있다. 혹시 실현손익 정도는 거래소 앱에서 바로 볼 수 있나 싶어서 들어가봤는데, 생각보다 별로였다.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 4대 거래소 모바일 앱 중에 “실현 손익”을 따로 표기해주는 곳은 사실상 없다고 한다. 빗썸만 PC 홈페이지에서 기간별 실현 손익을 제공하고, 업비트는 누적수익률이나 그래프 같은 투자손익 조회 기능은 있는데 이게 세금 신고용 실현손익 계산과 같은 게 아니다.
그러니까 정작 세금 신고할 때 필요한 숫자는 거래소가 알아서 떠주지 않는다는 얘기다. 결국 본인이 매수·매도 내역을 CSV로 다운로드해서 직접 정리해둬야 한다는 게 여러 세무 가이드에서 공통으로 나오는 얘기였다.
국내 거래소만 쓰는 경우라면 그나마 다행인데, 여러 거래소를 옮겨 다니며 거래한 사람은 이 작업이 꽤 품이 들 것 같다. 남편 계좌도 한 번 들여다봐야겠다.
해외 거래소 쓰면 6월에 따로 신고할 게 있다고?
가상자산 양도소득 과세와는 별개로, 해외 거래소를 이용하는 사람에게는 이미 시행 중인 제도가 하나 있다는 걸 이번에 처음 알았다.
해외금융계좌 신고제도다. 해외 거래소에 개설한 계좌도 포함되는데, 해당 연도 매월 말일 중 어느 하루라도 보유 계좌 잔액 합이 5억원을 초과하면 다음 해 6월 1일부터 30일까지 관할 세무서에 신고해야 한다. 미신고하면 미신고 금액의 최대 20%까지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이 제도는 가상자산 양도소득세(2027년 시행)와는 완전히 별개로, 지금도 매년 적용되는 제도라는 점을 분명히 해두고 싶다. 아직 비트코인 세금은 안 걷히는데 해외 계좌 신고 의무는 이미 있다는 거니까, 둘을 헷갈리면 안 된다.
해외 거래소에 큰 금액을 두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당장 와닿는 얘기는 아니겠지만, 국세청이 해외 코인 거래 관리망을 점점 넓히고 있다는 보도를 보면 앞으로 더 신경 써야 할 영역인 것 같다.
그래서 지금 뭘 챙겨야 하나
여기까지 찾아보고 나니, 시행 전 미리 해둘 일이 어느 정도 정리됐다.
가장 먼저 2026년 12월 31일 자정 기준 보유 코인 수량과 시가를 캡처해서 보관하는 것. 의제취득가액 특례를 받으려면 이 자료가 필요하다. 그다음 국내외 모든 거래소의 전체 매수·매도 내역을 CSV로 다운로드해두는 것. 거래소가 실현손익을 알아서 계산해주지 않으니 이건 필수에 가깝다. 해외 거래소를 쓰고 잔액이 5억원을 넘는다면 매년 6월 신고도 별도로 챙겨야 한다.
연 250만원까지는 공제되니 소액으로 굴리는 사람은 당장 큰 타격은 없을 거다. 다만 누적 수익이 큰 경우라면, 2027년 전에 일부를 정리해둘지 의제취득가액 특례를 기다릴지는 개인 상황과 세무 전문가 상담을 통해 판단할 부분이다. 이 글에서 답을 단정하기는 어렵다.
남편 코인 계좌, 오늘 밤에 캡처부터 해두기로 했다.
일단 그거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