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때 나는 연말정산 생각을 아예 안 하고 있었다. 여름인데 무슨 세금. 그러다 12월 마지막 주에 은행 앱을 열어 연금저축에 한꺼번에 목돈을 밀어넣던 기억이 있다. 그것도 한도를 다 못 채운 채로. 카드도 그냥 쓰던 대로 긁었고, 병원 영수증은 어디 갔는지도 몰랐다. 연말정산 절세라는 게 12월에 몰아서 되는 게 아니라는 걸, 나는 딱 그 12월에 알았다.
그래서 올해는 7월인 지금 미리 열어봤다. 상반기 카드 얼마 썼나, 의료비는 어디까지 걸리나. 확인해보니 지금이 아직 손댈 수 있는 마지막 구간이더라. 12월 31일이 지나면 대부분의 레버는 이미 당겨지지도 안 당겨지지도 않은 채로 굳어버린다.
예전엔 12월에 몰아서, 지금은 7월부터 갈린다
예전의 나는 연말정산을 ‘연말에 서류 내는 일’로만 알았다. 근데 KB Think 연말정산 미리보기 안내를 보면, 홈택스 ‘연말정산 미리보기’는 11월 초부터 이듬해 1월 말까지 열리고, 1~9월분 카드 사용액을 바탕으로 예상세액을 미리 계산해준다. 즉 11월에 미리보기를 켰을 때 좋은 숫자가 나오게 하려면, 그 재료가 되는 7~9월 지출을 지금부터 만들어둬야 한다는 얘기다.
국세청 홈택스 연말정산 미리보기를 11월에 처음 열면 이미 카드 결제 습관이 다 정해진 뒤라 바꿀 게 없다. 반대로 7월에 상반기 사용액부터 확인해두면, 남은 반년 동안 결제 수단을 바꿀지 말지를 미리 정할 수 있다. 이 차이가 생각보다 크다는 걸 올해 처음 체감했다.

카드 25% 문턱, 넘겼는지부터 봐야 하는 이유
가장 먼저 열어본 건 카드사 앱이었다. 상반기에 얼마 긁었나 총액부터 봤다. 여기서 기준이 되는 게 ‘총급여의 25%’다. 뱅크샐러드와 KB Think 안내에 따르면 신용카드 등 사용액은 총급여의 25%를 넘긴 금액부터 공제가 시작된다. 25%까지는 어떤 카드로 긁든 공제엔 영향이 없다는 뜻이다.
그래서 이 문턱을 넘겼는지에 따라 하반기 전략이 갈린다. 아직 25%를 못 넘겼으면 남은 반년은 그냥 혜택 좋은 신용카드로 채워도 된다. 어차피 공제 0 구간이니 포인트·할인이나 챙기는 게 이득이다. 반대로 이미 넘겼으면, 그 뒤부터는 공제율 높은 쪽으로 갈아타는 게 유리하다. 수단별 공제율은 카드고릴라 안내 기준으로 이렇게 갈린다.
| 결제 수단 | 소득공제율 |
|---|---|
| 신용카드 | 15% |
| 체크카드·현금영수증 | 30% |
| 전통시장·대중교통·문화비 | 40% |
문화비에는 도서·공연·미술관·박물관에 더해 2025년 7월 1일 이후 사용분부터 수영장·헬스장 이용료(강습비는 제외)도 30%로 새로 들어왔다더라. 나는 이 대목에서 좀 웃었다. 어차피 다닐 헬스장, 이왕이면 공제 되는 걸로 결제하면 되니까. 참, 자녀·부양가족이 있으면 카드 공제 기본한도가 1명당 최대 50만원(총급여 7천만원 초과는 25만원)씩 확대돼서 최대 100만원까지 늘어난다는 점도 이번에 알게 됐다.
의료비랑 월세, 나는 여기서 제일 많이 놓쳤다
카드만큼 자주 놓치는 게 의료비였다. 의료비 세액공제는 총급여의 3%를 넘긴 금액만 공제 대상이라, 초과분의 15%를 돌려준다(국세청 국세상담센터 기준). 여기서 하반기에 할 수 있는 게 있다. 안경·치과·건강검진처럼 예정된 의료비가 있으면 되도록 같은 해에 몰아서 쓰는 거다. 연도가 갈리면 각각 3% 문턱에 다시 걸리니까. 나도 미뤄둔 스케일링을 올해 안에 할지 내년으로 넘길지, 이 계산 때문에 다시 생각하게 됐다.
월세는 더 억울한 항목이다. 무주택 세대주면서도 월세 세액공제를 그냥 흘려보내는 경우가 많다. 국세청 월세액 세액공제 페이지를 직접 확인해보니 조건이 이렇더라.
- 대상: 총급여 8,000만원 이하 근로자 중 무주택 세대의 세대주
- 공제율: 총급여 5,500만원 이하 17%, 5,500만원 초과~8,000만원 이하 15%
- 한도: 월세액 연 1,000만원까지
- 주택 요건: 국민주택규모(85㎡)나 기준시가 4억원 이하, 임대차계약서 주소와 주민등록등본 주소가 같아야 함
여기서 실전 팁 하나. 연말에 서류 급하게 챙기다 보면 계약서 주소랑 등본 주소가 다른 걸 그제야 발견하는 사람이 있다. 그럼 그해 공제가 통째로 날아간다. 지금 등본 한 장 떼서 주소만 맞춰봐도, 12월의 내가 훨씬 편해진다.

맞벌이면 ‘누구 카드로 긁냐’를 지금 정해둬라
이 부분이 제일 헷갈렸다. 흔히 소득 높은 배우자에게 다 몰아주면 되는 줄 아는데, 따져보니 항목마다 방향이 반대였다. BNP파리바 카디프 안내를 보면 인적공제(부양가족)는 한계세율 높은 고소득 배우자에게 몰아주는 게 절세폭이 크지만, 의료비는 반대다. 총급여 3% 문턱 때문에 소득 낮은 배우자가 가족 의료비를 지출·신청하면 문턱이 낮아져 유리한 경우가 많다. 카드도 25% 문턱을 빨리 넘기려면 소득 낮은 배우자 쪽에 집중하는 게 나을 수 있다.
무조건 고소득자 몰아주기가 정답인 줄 알았다. 그게 절반만 맞는 말이었다. 인적공제·교육비는 고소득 배우자, 의료비·카드는 저소득 배우자 쪽으로 가르는 게 실전에 가깝고, 결국 우리 집 소득 구조에 따라 시뮬레이션이 필요하다는 얘기였다. 어차피 정할 거라면 12월에 부부가 영수증 붙잡고 다투는 것보다, 지금 “이번 달부터 병원비는 당신 카드로” 하고 정해두는 게 마음이 편하다.
참고로 2024년부터 2026년 사이 혼인신고한 부부는 각 50만원씩 부부 합산 100만원을 생애 1회 공제받는 결혼세액공제도 있다(카드고릴라). 2026년이 마지막 적용 연도라니, 해당되면 잊지 말고 챙길 대목이다.
연금저축·IRP는 12월에 목돈으로 안 넣어도 된다
마지막은 연금계좌다. 이건 예전 글에서 자세히 다뤘으니 여기선 핵심만. 연금저축과 IRP를 합쳐 연 900만원까지 세액공제 대상이고(연금저축 단독은 600만원), 총급여 5,500만원 이하면 공제율 16.5%다. 900만원을 다 채우면 최대 약 148만원이 돌아온다는 계산이 나온다(토스뱅크 기준). 900만원 한도와 공제율을 어떻게 활용하는지는 연금저축펀드·IRP 세액공제 정리 글에 풀어뒀다.
여기서 하반기 준비의 핵심은, 12월에 900만원을 한 번에 밀어넣지 않아도 된다는 거다. 공제는 12월 31일까지 납입한 금액만 그해분으로 인정되니까, 남은 달에 나눠 넣으면 연말에 목돈 부담 없이 한도를 채울 수 있다. 작년의 내가 12월에 부랴부랴 넣고도 한도를 못 채웠던 이유가 바로 이거였다. 매달 조금씩이었으면 됐을 걸, 몰아서 하려니 목돈이 안 나왔던 거다.
그래서 지금 열어본 김에
정리하자고 마음먹고 앱을 켰던 건데, 결국 카드 사용액 한 번 확인하고 등본 주소 맞춰본 게 다다. 대단한 절세 계획을 세운 것도 아니다. 그래도 12월의 나는 최소한 “이걸 미리 해둘걸” 하는 후회는 덜 하겠지.
앱을 닫고 다시 저녁 준비를 하러 갔다. 냉장고 열어보니 오늘도 애매한 재료뿐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