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천만원이 1억원으로. 그것도 24년 만에.
정기예금 만기 문자를 받고 재예치하려다가 이 숫자에서 멈칫했다. 예금자보호 한도가 1억으로 올랐다는 건 어디선가 봤는데, 정작 내 통장 앞에 앉으니 “그래서 한 은행에 얼마까지 넣어도 되는 거지?”가 딱 안 잡히더라. 예전엔 5천만원 맞추려고 여기저기 쪼개 두느라 통장이 넷이었다. 이제 안 쪼개도 되나. 아니면 여전히 나눠야 하나. 찾아본 김에 우리 집 잔액에 대입해서 정리해봤다.
5천만원이던 게 1억으로, 언제부터인지
바뀐 날짜부터 정확히 짚고 넘어가야 했다. 예금 만기가 걸린 문제라 어림짐작으로 넘길 수가 없었다.
금융위원회 보도자료를 보면, 예금보호 한도가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된 시행일은 2025년 9월 1일이다. 2001년부터 24년간 5천만원으로 묶여 있던 한도가 처음 움직인 거다.
여기서 내가 제일 헷갈렸던 게 소급 적용 문제였다. “그럼 내가 작년 8월에 든 예금은 5천만원만 되는 거 아냐?” 싶었는데, 정책브리핑에 따르면 가입 시점과 상관없이 2025년 9월 1일 이후에는 이전에 든 예금도 1억까지 보호된다. 내가 따로 신청할 것도 없이 자동으로. 다만 보호가 발동하는 “사고” 기준으로는 소급이 아니라서, 9월 1일 이후에 은행이 파산한 경우부터 1억이 적용된다는 단서는 있더라. 그 전에 이미 문 닫은 곳엔 해당 안 되고.
읽고 나서야 마음이 놓였다. 오래된 예금이라 손해 보나 싶었는데 그게 아니었으니까.

원금만 1억이 아니라, 이자까지 합쳐서 1억
여기가 진짜 중요한 대목이었다. 나는 당연히 원금 1억까지인 줄 알았거든.
예금보험공사 예금자보호 FAQ를 보면 보호 금액은 원금 + 소정의 이자를 합쳐서 1인당 1억원까지다. 이자까지 포함이라는 거다. 게다가 그 “소정의 이자”라는 것도 내가 받기로 한 이자 전액이 아니라, 약정이율과 예금보험공사 공시이율 중 낮은 이율로 계산한다니까 생각보다 빡빡하다.
그러니까 만기 이자까지 감안하면, 원금을 딱 1억 채워 넣으면 이자분은 초과해서 비보호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실전에서는 원금을 1억보다 조금 적게, 이자 감안해서 9천만원대로 넣는 게 더 안전하다는 팁이 붙는다. 이 계산을 안 하고 “1억까지 되니까 딱 1억” 넣었다가 이자만큼 삐져나가는 거, 나 같으면 몰랐을 것 같다.
기준이 하나 더 있다. 1인당, 금융회사별이라는 것.
| 구분 | 보호 적용 |
|---|---|
| A은행 1억 + B은행 1억 | 각각 1억, 합쳐 2억 보호 |
| 한 은행 예금 7천 + 적금 5천 | 합산 1억 2천 중 1억만 보호 |
| A은행 강남지점 + 서초지점 | 같은 회사라 합산, 한도 안 늘어남 |
같은 사람이라도 금융회사가 다르면 각각 1억씩 따로 보호된다. 대신 같은 은행 안에서는 예금이든 적금이든 지점이 다르든 전부 합쳐서 계산한다. 지점만 나눠서는 한도가 안 늘어난다는 걸 이제 알았다.
통장 이름만 보고 “이것도 예금이니 되겠지” 했던 것
우리 집 잔액을 실제로 훑다가 걸린 게 CMA였다. 증권사 CMA 통장에 넣어둔 돈도 예금처럼 보호되는 줄 알았거든.
예금보험공사 자료에 따르면 보통예금·정기예금·정기적금·외화예금은 보호 대상이지만, 펀드 같은 금융투자상품과 실적배당형 상품, 증권사 CMA, 후순위채권은 보호 대상이 아니다. 특히 CMA는 유형에 따라 갈린다. RP형·발행어음형·MMW형은 예금자보호가 안 되고, 종금형(종합금융회사 판매)만 예금자보호법 적용을 받는다. 통장에 ‘CMA’라고 똑같이 적혀 있어도 안쪽 구조에 따라 보호 여부가 다르다는 거다.
아니, 정확히는 통장 이름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상품이 무엇이냐로 갈리는 거였다. 나는 계좌 종류로만 판단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이름만 보고 안전하겠거니 넘겼던 게 좀 아찔했다.
청약통장도 그렇다. 주택청약종합저축은 은행에서 팔지만 예금보험공사의 예금자보호 대상은 아니다. 대신 주택도시기금 재원이라 관련 정리 자료를 보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국토교통부 관할로 정부가 사실상 보증하는 성격이더라. 보호가 안 된다는 말은 맞지만 위험하다는 뜻은 아니라는 거. 이 구분을 못 하면 괜히 청약통장 깨야 하나 걱정하게 된다.

IRP랑 연금저축은 예금이랑 따로 1억이더라
만기 문자에서 시작한 계산이 여기까지 왔다. 우리 집은 일반 예금 말고도 IRP가 있어서 이게 예금이랑 합쳐지는지가 궁금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안 합쳐진다. 금융위원회 보도자료를 보면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개인형 퇴직연금(IRP), 연금저축, 사고보험금은 일반 예금 한도와 별도로 각각 1억원까지 보호된다. 2025년 9월 1일부터 이것들도 1억으로 같이 올랐고. 그러니까 같은 은행에 일반 예금 1억, IRP 1억, 연금저축 1억이 있으면 세 항목을 따로 계산해서 각각 1억씩 볼 수 있다는 얘기다. 뭉뚱그려 1억으로 잘리는 게 아니라. IRP 세액공제 따져볼 때 연금저축·IRP 세액공제 정리를 하면서도 이 부분은 못 챙겼었는데, 보호 한도까지 별도라니 IRP를 다시 보게 됐다.
저축은행이랑 새마을금고도 짚어둬야 했다. 저축은행은 예금보험공사 부보기관이라 은행과 똑같이 1억까지 보호된다. 저축은행이라 5천만원만 되는 거 아니다. 새마을금고·신협 같은 상호금융은 예금보험공사가 아니라 각 중앙회가 자체 기금으로 보호하는데, 이쪽도 2025년 9월 1일부터 1억으로 동일하게 올랐다. 보호 주체가 다를 뿐 한도는 같아진 거다. 우체국 예금은 아예 국가가 금액 제한 없이 전액 보증하고.
그래서 나눠야 하나 말아야 하나. 시중 대형은행이 파산할 확률은 매우 낮으니 목돈 1억 이하는 굳이 안 나눠도 된다. 예전에 5천만원 맞추려고 네 은행에 쪼개 뒀던 건 이제 두 곳으로 합쳐도 되는 셈이고. 다만 저축은행이나 상호금융처럼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큰 곳에 목돈을 넣을 때는 이자까지 합쳐 1억 한도를 지키는 편이 마음 편하다.
통장 넷을 왜 그렇게 붙들고 있었나
정리하고 나니, 그동안 5천만원 한도에 맞춰 통장을 넷씩 쪼개 관리하느라 쓴 시간이 좀 아깝긴 했다. 한도가 바뀐 지 열 달이 지나도록 재예치할 때 이 계산 한 번을 안 해봤다는 게 나답다면 나답다.
이번 주말엔 통장부터 두 개로 합쳐야겠다. 이자분 삐져나가지 않게 원금은 9천만원 언저리로 맞춰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