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전세 계약할 때만 해도 등기부등본 한 번 떼어보고 끝이었다.
그때는 그게 다인 줄 알았다. 동·호수 맞나, 도장 찍힌 사람이랑 등기부에 적힌 사람 이름 같나 정도만 확인하고 도장 찍었다. 그런데 최근에 빌라왕 사건 수사 결과를 보다가 머리를 띵 맞았다. 한 일당이 빌라 259채를 보증금 반환 계획도 없이 사들였다는 거다. 다른 사건에서는 공인중개사가 총책을 맡아 전세값을 매매값 수준으로 부풀려 353억 원을 가로챘다고 한다. 숫자만 보면 남의 일 같은데, 그 피해자들도 다 나처럼 등기부등본 한 번 떼어보고 도장 찍은 사람들이었을 거다.
등기부등본, 한 장만 보고 끝낼 게 아니었다
등기부등본은 대법원 인터넷등기소에서 누구나 700원에 열람할 수 있다. 임대인 동의도 필요 없다. 주소만 알면 된다. 그런데 이걸 그냥 한 장 출력해서 훑어보는 거랑, 세 영역을 나눠서 보는 거랑 완전히 다르다는 걸 이번에 알았다.
표제부에는 건물 위치·면적·구조가 나온다. 여기서 계약하려는 집 주소(다세대주택이면 동·호수까지)가 등기부등본과 정확히 일치하는지, 건물 용도가 ‘주택’으로 돼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갑구는 소유권 관련 사항이다. 현재 소유자가 누구인지, 가압류·압류·가처분 같은 권리제한이 걸려 있는지를 본다. 을구는 근저당권·전세권 같은 소유권 이외의 권리관계가 적힌다. 근저당권이 있다는 건 집주인이 이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다는 뜻이고, 채권최고액(보통 실제 대출금의 110~120% 수준)을 꼭 확인해야 한다.

등기부등본은 한 번 떼어보고 끝낼 게 아니라 계약 전, 계약 당일(도장 찍기 전), 잔금 치르는 날 이렇게 세 번 발급해서 봐야 한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계약하고 잔금 치르는 사이에 집주인이 대출을 더 받거나 소유권을 바꿔버릴 수 있어서다. 결국 등기부등본에서 봐야 할 건 딱 세 가지다. 임대인이 누구인지, 빚이 얼마나 있는지, 보증금 떼어먹은 전적이 있는지.
깡통전세인지 어떻게 알아보나 — 전세가율 계산해봤다
등기부등본만 본다고 안전한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된 게 여기서부터다. 깡통전세는 등기부등본에 안 나온다. 시세 대비 전세금이 얼마나 높은지를 따로 계산해야 보인다.
전세가율은 전세금을 매매가(시세)로 나눈 값이다. 80% 이상이면 위험하다고 본다. 보증금이 집값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을수록, 경매로 넘어갔을 때 보증금을 다 못 돌려받을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선순위채권 비율(근저당 채권최고액 + 전세보증금을 매매가로 나눈 값)도 같이 봐야 하는데, 이 합산이 시세의 70~80%를 넘으면 깡통전세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서 같은 단지나 인근 단지의 매매·전세 실거래가를 직접 조회해보면 시세를 가늠할 수 있다. 그런데 신축 빌라는 이 방법 자체가 한계가 있다. 매매 거래가 거의 없어서 비교할 시세 자체가 형성돼 있지 않은 거다. 그래서 신축 빌라가 전세사기에 더 많이 노출되는 거란다. “원래 2억짜리인데 급해서 1억 8천에 전세 놓는다”는 식으로 부풀려도 비교할 기준이 없으니 속기 쉬운 거다.
HUG가 운영하는 ‘안심전세’ 앱에서는 적정 시세 추정뿐 아니라 임대인의 과거 보증사고 이력, HUG 보증가입 금지 여부, 세금 체납 이력까지 확인할 수 있다. 공시가격의 126% 수준을 넘는 전세금은 HUG 보증 가입이 거절되는 기준으로 통상 쓰인다고 하니, 이 비율을 거꾸로 활용해서 “이 집 전세금이 너무 높은 거 아닌가”를 가늠해볼 수도 있다.

안심전세 앱, 9월부터 더 똑똑해진다던데
안심전세 앱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지금까지는 임대인이 동의 버튼을 눌러야 임차인이 정보를 볼 수 있는 구조였다. 임대인이 동의를 안 하면 사실상 못 보는 거였다. 그런데 2026년 9월부터는 이게 바뀐다고 한다. 등기·확정일자·전입신고 정보를 연계해서 선순위 권리정보를 자동으로 분석해주는 통합정보시스템이 구축되고, 불법 건축물 여부와 위험도를 ‘안전·주의·위험’ 3단계로 표시해준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는 이후 다방·직방·KB부동산·네이버부동산까지 서비스를 넓힐 계획이라고 한다.
이게 시행되면 지금처럼 임대인 동의 기다리다가 계약 도장 찍는 날이 코앞으로 닥치는 일이 줄어들지 않을까 싶다. 다만 9월 이전에 계약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지금 방식으로 확인해야 한다는 게 현실이다.
전입신고랑 확정일자, 같은 건 줄 알았는데 역할이 달랐다
여기서 솔직히 고백하면 나도 이 둘을 같은 걸로 알고 있었다. 전입신고하면서 확정일자도 같이 받으니까 한 묶음이라고 생각했던 거다.
아니다. 정확히는 둘이 만들어내는 권리 자체가 다르다. 전입신고는 ‘대항력’을 만든다. 집이 경매로 넘어가거나 주인이 바뀌어도 계속 살 수 있는 권리다. 전입신고한 다음 날 0시부터 효력이 생긴다. 확정일자는 ‘우선변제권’을 만든다. 집이 경매·공매로 넘어갔을 때 보증금을 다른 채권자보다 먼저 받을 수 있는 권리다. 확정일자 자체는 신고 당일 즉시 효력이 생기지만, 우선변제권은 전입신고+입주와 확정일자 중 늦은 날의 다음 날 0시부터 발생한다.
그러니까 확정일자만 받고 전입신고를 안 하면, 우선변제권이 있어도 무용지물이라는 얘기다. 전입신고, 입주, 확정일자 세 가지를 다 갖춰야 비로소 보증금을 지킬 힘이 생긴다. 확정일자는 동 주민센터나 등기소 가서 받을 수도 있고 인터넷등기소·정부24에서 온라인으로도 가능하다.
마지막 안전장치 하나는 더 걸어두고 싶었다
등기부등본 확인하고 전입신고·확정일자까지 마쳤어도 마지막 안전장치 하나를 더 걸어두고 싶다면 이게 그거다. HUG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수도권은 보증금 7억 원 이하, 비수도권은 5억 원 이하 주택이 가입 대상이다. 신청하려는 주택에 실제 거주하며 전입신고를 마치고 전세계약서에 확정일자를 받아야 한다. 신청 기한은 잔금지급일과 전입신고일 중 늦은 날로부터 전세계약기간의 2분의 1이 지나기 전까지다. 이 기한을 넘기면 가입 자체가 안 되니 계약하고 입주한 다음 미루지 말고 바로 신청하는 게 맞다.
LTV(담보인정비율) 요건도 있다. 임차보증금이 ‘주택가격×90% – 선순위채권’ 이내여야 가입할 수 있다(2026년 6월 기준). 위반 건축물로 기록된 주택은 가입이 안 되고, 공시가격 대비 통상 126% 수준을 넘는 전세금도 거절될 수 있다.
보증료는 보증금액·가입기간·LTV에 따라 달라지는데, 가입기간 1년 이상·LTV 70% 이상이면 약 0.097% 수준, 가입기간 5년 이상·LTV 80% 초과면 약 0.211% 수준으로 적용된 사례가 확인된다. 정확한 보증료율은 가입 시점·조건마다 다시 확인이 필요하다. 국토교통부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보증료 지원 사업’을 통해 조건에 맞으면 최대 40만 원까지 보증료를 지원받을 수 있고, 서울시 등 일부 지자체는 별도 지원 사업을 추가로 운영하니 거주지 지자체 공고도 같이 찾아볼 만하다.
다만 정부가 LTV 기준을 90%에서 80%로 추가 하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있다. 시행되면 공시가격 대비 약 112% 수준까지만 보증이 가능해져 가입 문턱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데, 2026년 6월 기준으로는 아직 검토 단계일 뿐 확정된 건 아니다.

계약하는 날, 도장 찍기 전에 한 번 더 확인할 것들
HUG 전세사기예방센터는 계약 체결 시 주택소유자, 대리인, 공인중개사, 계약 내용, 특약사항 다섯 가지를 확인하도록 안내한다. 계약 자리에 나온 사람과 계약서에 도장 찍는 임대인, 등기부등본 소유자가 다 같은 인물인지 봐야 한다. 대리인이 나왔다면 위임장·인감증명서·신분증을 확인하고, 가능하면 소유자 본인과 직접 통화로 한 번 더 확인하는 게 안전하다.
집 볼 때 구두로 약속받은 내용, 예를 들어 근저당 말소나 하자 수리 같은 건 반드시 계약서 특약사항에 명시해야 한다. 말로만 한 약속은 나중에 증명할 길이 없다. 계약 시 대화를 녹음해두는 것도 분쟁 생겼을 때 증거가 된다.
임대인 세금 체납 여부도 빼놓을 수 없다. 세금을 체납한 집이 경매에 넘어가면 국세·지방세가 보증금보다 먼저 변제되는 경우가 있다. 2023년 4월부터는 임대인 동의 없이도 임차인이 단독으로 미납국세·미납지방세를 열람할 수 있게 됐다. 국세는 홈택스, 지방세 납세증명서는 정부24에서 확인 가능하다.
이미 전세사기를 당한 경우라면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이 올해 4월 국회를 통과해 ‘최소보장제’가 도입됐다는 점도 알아두면 좋겠다. 경매·공매가 끝난 뒤 회복한 금액이 보증금의 3분의 1에 못 미치면 국가가 차액을 재정으로 보전해준다. 면적 제한(85㎡)도 폐지됐고 보증금 기준도 최대 7억 원까지 넓어졌다. 단 2025년 5월 31일 이전 계약자만 대상이라 모두에게 적용되는 건 아니다.
이전에 정리한 신혼부부 주거 지원 글에서도 전입신고·확정일자가 다른 제도 신청 조건으로 계속 등장했는데, 결국 이 두 가지가 전세 사는 사람한테는 기본값처럼 따라다니는 절차라는 걸 다시 느꼈다.
등기부등본 세 번 떼어보고, 전세가율 계산해보고, 안심전세 앱 깔아보고. 2년 전엔 이 중에 한 개도 안 했다.
다음 계약 때는 다르게 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