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에 계산기를 꺼내놓고 숫자를 두드렸다. 6억짜리 아파트, 생애최초면 LTV 70%니까 4억 2,000만 원. 주담대 한도는 이쯤 나오겠거니 했다. 그런데 DSR 계산법대로 연봉을 넣고 다시 두드리니 3억이 안 된다. 1억 넘는 돈이 어디로 샌 거지.
“LTV만 알면 한도가 나온다.” 그동안 이렇게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건 절반만 맞는 말이다. 집값은 첫 번째 문일 뿐이고, 그 뒤에 문이 두 개 더 서 있었다.
LTV 70%면 4억이라는 계산부터 틀렸다
찾아보다 제일 먼저 멈칫한 건, 주담대 한도를 재는 자가 하나가 아니라는 거였다. 세 개를 각각 대보고 그중 가장 작은 값이 내 한도가 된다.
- LTV(주택담보인정비율): 집값 대비 얼마까지 빌려주나. 집을 보는 자
-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내 연소득 대비 1년 동안 갚는 모든 대출의 원금+이자 비율. 사람을 보는 자
- 주택가격별 총액 한도: 수도권·규제지역에서 소득과 상관없이 금액으로 막는 자
세 번째는 솔직히 몰랐다. 정책브리핑의 10.15 대책 안내를 보면 2025년 10월 16일부터 수도권·규제지역 주담대는 시가 15억 이하 6억, 15억 초과~25억 이하 4억, 25억 초과는 2억까지로 묶였다. 같은 대책에서 규제지역 무주택자 LTV는 40%로 내려갔고, 생애최초는 70%다.
여기에 내 6억짜리 계산을 다시 대입해봤다. 규제지역에서 일반 무주택자면 LTV 40%라 2억 4,000만 원에서 끝난다. 생애최초라서 70%를 받아도 4억 2,000만 원은 서류상 숫자고, 실제로는 연봉에서 다시 걸린다. 생애최초 혜택을 생애최초 취득세 감면 쪽으로만 따져봤던 때가 스쳐간다. 한도 쪽은 이렇게 따로 막혀 있었네.
“생각보다 적게 나오는” 이유는 대부분 두 번째 자, DSR에 있었다.

DSR 계산법, 내 연봉에 직접 대입해보니
식 자체는 허무할 만큼 단순하다.
DSR = 모든 대출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 ÷ 연소득 × 100
토스피드 DSR 계산기 설명에 따르면 은행권은 40%, 2금융권은 50%까지고, 총 대출 금액이 1억 원을 넘으면 이 규제가 붙는다. 연소득 6,000만 원이면 1년에 갚을 수 있는 원리금이 2,400만 원, 한 달로 치면 200만 원이다. 이걸 거꾸로 돌리면 한도가 나오는 구조.
근데 막상 해보니 한 군데서 계속 숫자가 안 맞았다. 금리를 내가 실제로 낼 금리로 넣으면 안 되는 거였다.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의 스트레스금리 개요를 보면, 스트레스 DSR은 앞으로 금리가 오를 걸 대비해 심사할 때 실제 금리에 가산금리를 얹어서 계산하는 제도다. 실제로 내는 이자는 안 늘고 한도만 줄어든다. 내는 이자는 그대로인데 한도 계산할 때만 금리가 오른 척하는 셈이라.. 이게 참 묘하게 억울하다.
2026년 9월 기준으로 이 가산금리가 사는 곳마다 다르다.
- 수도권·규제지역: 금융위원회 10.15 대출수요 관리 방안으로 스트레스 금리 하한이 1.5%에서 3.0%로 올랐고, 2026년 하반기에도 3.0%가 유지되고 있다.
- 지방(규제지역 제외): 데일리안 보도에 따르면 2026년 12월 말까지 2단계가 유지돼 1.5%에 적용비율 50%, 그러니까 변동형 기준 약 0.75%p다.
기사마다 지방을 “1.5%”로 쓰기도 하고 “0.75%”로 쓰기도 해서 한참 헷갈렸는데, 1.5%에 절반을 곱한 거라 같은 얘기였다. 지방 쪽 2027년 이후 기준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니 그때 가서 다시 봐야 한다.
그래서 직접 계산해봤다. 금리 연 4.3%(설명용으로 잡은 가정치), 30년 원리금균등, 은행 DSR 40%, 다른 대출은 하나도 없다고 치고 두드린 대략의 숫자다.
| 연소득 | 스트레스 없음 | 지방 변동형 | 수도권 주기형 | 수도권 변동형 |
|---|---|---|---|---|
| 5,000만 원 | 약 3억 3,700만 | 약 3억 900만 | 약 2억 9,400만 | 약 2억 4,300만 |
| 6,000만 원 | 약 4억 400만 | 약 3억 7,000만 | 약 3억 5,200만 | 약 2억 9,200만 |
| 8,000만 원 | 약 5억 3,900만 | 약 4억 9,400만 | 약 4억 7,000만 | 약 3억 8,900만 |
같은 연봉 6,000만 원인데 수도권 변동형이면 1억 1,000만 원쯤이 빠진다. 지방은 3,400만 원 정도. 사는 동네가 한도를 이렇게까지 가르는 줄은 몰랐다. KB의 생각 계산으로도 연소득 1억 원 수도권 변동형 한도가 5억 8,700만 원에서 5억 100만 원으로 약 14.7% 줄었다더라. 가정이 달라 내 숫자와 딱 맞진 않지만 방향은 같다. 어디까지나 대략치고, 최종 한도는 은행 앱 한도조회나 창구에서 나오는 숫자가 맞다.

쓰지도 않는 마이너스통장이 한도를 먹고 있었다
비상용으로 열어두는 마이너스통장. 잔액이 0원이면 빚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 생각이 DSR 앞에서는 통하지 않더라.
DSR은 주담대만 보는 게 아니다. 신용대출, 마이너스통장, 자동차 할부, 카드론, 학자금대출까지 대부분의 원리금을 다 합친다. 그리고 합치는 방식이 좀 가혹하다.
- 마이너스통장: 실제로 쓴 돈이 아니라 약정 한도 전체를 빚으로 보고, 5년 원리금 균등상환으로 계산한다(부동산114 마이너스 통장과 DSR 계산법).
- 일시상환 신용대출: 실제 만기와 상관없이 만기 5년으로 간주한다. 분할상환형으로 인정되면 실제 만기(최장 10년)를 쓸 수 있어 여유가 생긴다(금융위원회 주요정책문답).
이것도 숫자로 넣어봤다. 연소득 6,000만 원에 신용대출 3,000만 원(연 5%)이 있으면, 5년 간주로 연 원리금이 약 679만 원 잡힌다. 그러면 수도권 변동형 주담대 한도가 약 2억 9,200만 원에서 약 2억 900만 원으로 내려간다. 3,000만 원 빌린 게 주담대 한도를 8,000만 원 넘게 깎는 거다. 이건 좀 머리를 띵 맞은 기분이었다.
그러니 주담대 알아보기 전에 안 쓰는 마통부터 정리하고, 신용대출은 줄이거나 분할상환형으로 바꿀 수 있는지 먼저 보는 게 순서겠다.

고정이냐 변동이냐가 한도까지 흔들 줄은
예전에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 변동금리 고민할 때는 이자만 봤다. 금리 유형이 한도까지 건드린다는 건 이번에 처음 알았다.
3단계 스트레스 DSR에서는 금리 유형마다 가산금리를 얼마나 반영하는지가 다르다. 변동형 100%, 혼합형 80%, 주기형 40%. 만기까지 금리가 완전히 고정된 순수 고정금리는 스트레스 금리가 아예 안 붙는다. 수도권 3.0%에 곱해보면 대략 변동형 +3.0%p, 혼합형 +2.4%p, 주기형 +1.2%p쯤 된다. 다만 3.0% 하한에 주기형 40%가 그대로 곱해지는지는 은행마다 산정이 조금씩 다를 수 있어서, 이 부분은 창구에서 꼭 다시 물어봐야 할 대목이다. 위 계산에서 수도권 주기형 숫자가 변동형보다 5,000만 원 이상 넉넉하게 나온 게 바로 이 차이 때문이다.
그리고 아예 DSR 계산에서 빠지는 대출도 있다.
- 주택도시기금 디딤돌대출·버팀목대출, 주택금융공사 보금자리론 같은 정책대출
- 전세대출, 중도금대출
정책대출 쪽은 자격만 맞으면 DSR 부담이 없으니 먼저 따져볼 만하다. 디딤돌이 이름 비슷한 상품이 여럿이라 헷갈리면 내집마련 디딤돌 대출 정리해둔 걸 같이 보면 된다. 하나 걸리는 건 전세대출이다. 1주택자가 수도권·규제지역에서 세입자로 전세대출을 받으면 2025년 10월 29일부터 그 이자분이 DSR에 들어간다. “전세대출은 DSR 제외”가 모든 경우에 맞는 말은 아니었다. 이런 기준은 대책이 나올 때마다 바뀔 수 있으니, 계약 직전에 한 번 더 확인하는 게 마음 편하다.
계산기를 다시 두드렸다. 이번엔 집값보다 연봉을 먼저 넣었다. 집은 내가 고르지만, 한도는 내 연봉이 고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