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만 해도 전월세 신고제는 나랑 상관없는 뉴스였다. 시행은 됐다는데 “계도기간이라 과태료는 안 낸다더라” 하는 말만 흘려들었고, 그 사이에 이사도 두어 번 했다. 그러다 이번에 지인이 이사하면서 “이제 이거 안 하면 과태료 나온대” 하는 말에 뒤늦게 다시 찾아봤다. 4년이나 미뤄지던 계도기간이 2025년 5월 31일로 끝났고, 그 다음 날인 2025년 6월 1일부터는 임대차 신고제 과태료가 본격적으로 부과되고 있더라. 그러니까 예전엔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던 게, 지금은 안 하면 돈이 나가는 일이 된 거다.
예전엔 남 일, 지금은 왜 챙겨야 하나
처음엔 이게 집주인이 하는 신고인 줄 알았다. 세금 얘기 같아서 나랑 무슨 상관인가 싶었던 거다. 그런데 찾아보니 이건 세입자 쪽에 훨씬 중요한 제도였다.
정식 명칭은 주택 임대차 계약 신고제, 흔히 전월세 신고제라고 부른다. 찾기쉬운 생활법령정보에 따르면 임대차 계약 당사자가 임대 기간·임대료 같은 계약 내용을 관할 신고관청에 신고하도록 한 제도다. 2021년 6월 1일에 시행됐는데, 시행과 동시에 계도기간을 뒀고 여러 번 연장 끝에 2025년 5월 31일에 그 기간이 최종적으로 끝났다.
여기까지 읽고 “그래서 뭐가 좋은데?” 싶었는데, 핵심은 신고를 하면 확정일자가 자동으로 붙는다는 거였다. 전세사기니 깡통전세니 하는 뉴스에 매번 마음이 철렁했던 나 같은 세입자한테는, 이게 귀찮은 의무가 아니라 오히려 내 보증금 챙기는 장치더라. 그 얘기는 뒤에서 다시.
6천만 원, 30만 원 — 이 두 숫자부터 봤다
내 계약이 신고 대상인지부터 확인해야 했다. 대상 기준이 딱 두 숫자였다. 보증금 6,000만 원을 넘거나, 월세가 30만 원을 넘으면 신고 대상이다. 둘 다 넘어야 하는 게 아니라, 하나만 넘어도 해당한다는 게 헷갈리기 쉬운 부분이었다.
우리 집 계약서를 꺼내서 대입해봤다. 예를 들어 보증금 5,000만 원에 월세 40만 원이면 보증금은 기준 아래지만 월세가 30만 원을 넘으니 신고 대상이고, 1억 전세라면 월세가 없어도 보증금이 6,000만 원을 넘으니 대상이다. 반대로 보증금 5,000만 원에 월세 25만 원처럼 둘 다 기준 아래면 신고 안 해도 된다.
지역도 따져야 했다. 수도권 전역과 광역시·세종·제주는 대상이고, 도 지역은 시(市)는 되지만 군(郡)은 빠진다. 아파트든 다세대든 단독이든 주거용이면 대상이고, 새 계약뿐 아니라 금액이 바뀐 갱신 계약도 포함된다. 이 조건을 하나하나 짚어보니 우리 집도 딱 대상이었다. 남 일이 아니었던 거다.

도장 찍은 날부터 30일, 이게 진짜 함정
기한이 제일 실수하기 쉬운 지점이었다. 계약 체결일, 그러니까 계약서에 도장 찍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신고해야 한다. KB의 생각을 보면 이 기한을 넘기면 지연 신고로 과태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짚는다.
솔직히 나는 이사할 때 전입신고랑 확정일자만 머릿속에 있었지, 임대차 신고를 따로 30일 안에 해야 한다는 감각은 없었다. 이사 준비하다 보면 짐 정리하고 관리비 정산하고 아이 학교 옮기고 하다가 한 달이 훅 간다. 전입신고는 이사 당일에 챙기니까 놓칠 일이 적은데, 이 신고는 “계약일” 기준이라 이사도 하기 전에 이미 카운트가 돌기 시작한다는 게 헷갈렸다.
그래서 나는 계약서 첫 장에 도장 찍은 날짜를 형광펜으로 그어두고, 달력에 30일 뒤를 표시해두는 걸로 정리했다. 별거 아닌데 이렇게 눈에 보이게 해두니 마음이 편했다.
집주인이 안 해주면? 세입자 혼자도 된다
여기서 제일 걱정됐던 게 “집주인이 협조 안 하면 어쩌지”였다. 원칙은 임대인과 임차인이 공동으로 신고하는 거라, 집주인이 나 몰라라 하면 못 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게 아니었다. 임대차계약서를 첨부하면 둘 중 한 사람만 신고해도 공동신고한 걸로 본다더라. 계약서만 손에 있으면 세입자 혼자서도 신고가 된다는 뜻이다. 방법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주택 소재지 관할 읍·면·동 주민센터에 계약서 들고 가서 신고서 쓰는 것, 다른 하나는 부동산거래관리시스템(RTMS)에 접속해서 온라인으로 하는 것이다.
RTMS로 하면 지역 선택하고 카카오톡이나 네이버 간편인증으로 로그인한 뒤, 계약 내용을 입력하고 계약서 사진을 첨부해서 전자서명하면 끝이다. 모바일에서도 된다길래 화면을 열어봤는데, 생각보다 단계가 많지 않았다. 오히려 주민센터 가서 줄 서는 것보다 이게 낫겠다 싶었다.

진짜 챙길 건 확정일자, 그리고 안 해도 되는 경우
여기까지 오니 처음 생각이 뒤집혔다. 나는 이 제도를 “안 하면 과태료 나오는 귀찮은 의무”로만 봤는데, 다시 보니 순서가 반대였다. 신고를 하면서 계약서를 함께 내면 주택임대차보호법상 확정일자가 부여된 것으로 본다. 별도로 확정일자 받으러 안 가도 자동으로 붙는다는 거다.
이게 왜 중요하냐면, 세입자가 보증금을 지키려면 세 가지가 필요하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전세사기예방센터에서 보면, 전입신고와 실제 거주로 대항력이 생기고, 여기에 확정일자까지 갖춰야 집이 경매로 넘어갔을 때 후순위 채권자보다 먼저 보증금을 돌려받는 우선변제권이 생긴다. 전입신고만 하고 확정일자를 빠뜨리면, 계속 살 권리는 있어도 정작 돈을 돌려받을 순위가 없어진다는 얘기다. 이 대목에서 좀 서늘했다. 나는 예전에 확정일자를 며칠 미뤘다가 뒤늦게 받은 적이 있는데, 그 사이에 무슨 일이 났으면 어쩔 뻔했나 싶더라.
그러니까 전월세 신고는 신고 의무를 채우는 동시에 보증금 안전장치를 한 번에 확보하는 일이었다. 등기부등본 확인하고 보증보험 따지는 것까지 묶어서 보면, 이 신고는 전세 계약 전 확인해야 할 것들 안에 자연스럽게 들어가는 마지막 한 칸이었다.
반대로 신고 안 해도 되는 경우도 있었다. 금액 변동 없이 기간만 늘린 갱신 계약, 그리고 별도 재계약서 없이 자동으로 연장된 묵시적 갱신은 신고 의무가 없다. 경향신문에서도 금액이 그대로인 갱신은 신고 안 해도 된다고 정리했다. 다만 보증금이나 월세가 오르내려서 금액이 바뀐 갱신이라면 다시 신고 대상이다. 특히 보증금이 올랐으면 그 오른 부분에 대한 우선변제권을 챙기려고 재계약서 쓰고 확정일자를 다시 받아두는 게 안전하다.
과태료는 겁부터 났는데, 실제로는 구간이 나뉘어 있었다. 근거상 미신고·거짓신고는 100만 원 이하 범위인데, 단순히 안 했거나 늦게 낸 경우는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이고, 임대료를 거짓으로 줄여 신고하는 경우가 최대 100만 원 쪽에 가깝다. 다만 세부 부과액은 지연 일수나 계약 금액에 따라 달라지고 자료마다 표현이 조금씩 다르니, 정확한 내 과태료가 궁금하면 관할 지자체나 RTMS에서 확인하는 게 맞다.
정리하면 우리 집 기준으로는, 계약일 챙겨서 30일 안에 계약서 들고 온라인으로 신고, 그러면서 확정일자까지 한 번에. 여기까지가 내가 확인한 선이다. 달력에 표시해둔 날짜를 다시 한번 보고, 미뤄둔 빨래를 개러 일어섰다.